미국 후딱 한바퀴 (7) 워런 버핏의 고향, 오마하


미국 중부 대평원을 달리면 옥수수와 콩 밭 뿐이라 하는데
이제는 풍력 발전기를 추가해야 할 것 같았다. 


오마하로 가는 길에는 풍력 발전기가 끝없이 이어졌다.
인류가 우려했던 식량난이 기우였던 것처럼
에너지 고갈에 대한 우려도 사라질 것은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미주리강을 건너 네브라스카주로 들어섰다네브라스카는 오마하족 인디언의 말로
'평평한 ()' 뜻한다언덕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도 땅도 바다처럼 평평했다.
"대패로  것처럼 평평하다" 말이 실감났다.


오마하 시내에 들어서니 저녁 시간이었다.
쇠고기로 명성이 높은 네브라스카주의 오마하에 왔으니 당연히 스테이크를 먹어야 했다.
쇠고기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Warren Buffett)회장과 함께 오마하의 대명사였다.


 지역 소는 풀만 먹이지 않고 옥수수를 사료로 활용해 육질이
부드럽기로 소문이 나있었다오마하 스테이크스(Omaha Steaks)
미국의 웬만한 마트에서 구입할  있을 정도로 유명 브랜드였다


에어비앤비 숙소 주인에게 스테이크 하우스를 추천해 달랬더니, 유서 깊은 식당을
원하면 워런 버핏의 단골집인 고래츠(Gorat's)나 자니스 카페(Johnny's café),
맛이 우선이라면 801 chophouse, Brother Sebastian's, Sullivan's 중에서 택하라고 했다.


망설이지 않고 고래츠로 향했다맛보다 워런 버핏의 명성이 우선이었다.
"워런 버핏 회장이 단골이면 가성비가 최고겠지"하고 생각했다.
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위치한 고래츠는 주차장이 넓고 규모가 있는 식당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스테이크' 적힌 네온사인과 입구에  있는 버핏 회장의 실물
크기 전신 입간판을 보니 신뢰가 갔다   미국 방송사인 HBO 방영한 다큐멘터리
 '워런 버핏처럼 되기(Becoming Warren Buffett)' 포스트도 카운터 벽면에 붙어 있었다.


여기가 세계적인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매년 주주총회 후에 뒤풀이를
하는 장소임을 확인할  있었다. 가장 위대한 투자가이며 세계 3 부자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고향 마을을 줄곧 지키고 있었다.


버핏 회장의 말을 믿고 투자한 동네 사람들은 모두 대박이 났으니 그는 오마하의
현인이자 은인일 수밖에 없었다식당 오른  방에서는 섹소폰 연주가가 컨트리송을
멋들어지게 불고 있었다동네 어르신들이 흥겹고 여유롭게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일반 손님을 받는 옆방은 금요일인데도 한산했다버그셔 해서웨이의 주총이
열릴 때면 버핏 회장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디딜 틈이 없겠지만,
평소에는 예약을 하지 않아도 기다릴 일이 별로 없을  같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버핏 회장이 즐겨 먹는다는 티본(T Bone)스테이크를 주문했다.
22 온스(624그램) 되는 스테이크가 감자야채와 함께 나오니 먹음직스러웠다.
 점을 썰어 허겁지겁 입에 넣는 순간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미국에서   스테이크  거의 최악이었다맨해튼에 있는 버핏 회장의 단골 식당인
'스미스  월런스키' 가격은 비싸지만맛이 뛰어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쇠고기의
고장에 와서 냉동육처럼 퍽퍽하고 비린내가 나는 스테이크를 다니 어이가 없었다.


시장했지만 절반 정도 먹고는 포기해야 했다에어비앤비 숙소 주인이 선뜻  식당을
추천하지 않은 이유를 너무 늦게야 알았다마트에서 쇠고기를 사다가 집에서 구워
먹어도  보다는 훨씬 나을  같았다버핏 회장의 명성에 현혹된 기분이었다


 다음  아침 일찍 버크셔 해서웨이 본사를 찾았다.
버핏 회장이 이끄는 오마하의 금융산업을 현장에서 체감해 보고 싶었다.
버핏 회장은 소탈한 분이라 운이 좋으면 한번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기대도 있었다.


도심은 토요일이라 사람의 그림자도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중부 내륙의 소도시인데도 산뜻한 건물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버핏 회장의 영역에 들어선 것을 느낄  있었다.


세계 최대 펀드회사인 블랙스톤(Black Stone), 오마하 상호금융(Mutual of Omaha) 
알만한 금융회사 간판들을 보니 실감이 났다.    버핏 회장의 사무실은 세계 최대
건설회사이며 에너지회사인 키위트 선즈는 관리하는 키위트(Kiewit)빌딩에 있었다.


키위트는 전임 회장이 버핏 회장과 아래 위층 사무실을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급성장했다 일대 건물을 거의 모두 운영하는 키위트는
종업원 지주회사로도 유명했다버크셔 해서웨이 본사는   건물처럼 보였다.


현관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는데예기치 않게 젊은 커플이 등장했다.
버핏 회장을 만날  있을까 하고  홍콩의 여행객이었다수염을 기른 경비원이
오마하와 뉴욕을 오가며 일하는 버핏 회장의 근황을 친절히 알려줬다.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버핏 회장은 부재중이었다.
버핏 회장이 세상 사람들을  만나줄 수야 없지 않겠나 하며 위안을 삼았지만,
멀리까지 와서 허탕을  듯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발길을 돌려 배드랜드(Badland)국립공원으로 향했다. 7시간 거리였다. 
29 하이웨이에 오르니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고 날씨도 제법 쌀쌀했다.
사방을 둘러봐도 지평선만 보였다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확인할  있었다.


그간 지나온 오하이오나 일리노이인디애나 등의 평원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광활했지만 단조롭고 밋밋한 느낌이었다. 80마일(129km) 달려 용맹하기로 소문난
인디언 (Sioux)족의 본거지인 수시티를 지나니 사우스 다코타(South Dakota)였다.


그기서 3시간 정도를  달려 채임벌린(Chamberlain) 지나고 미주리강을
 다시 건너니 영원히 바뀌지 않을  같았던 풍광이 변하기 시작했다.
옥수수와  밭이 사라지고  대신 내버려진 듯한 목초지대가 나타났다.


서쪽으로 갈수록 강수량이 적어지면서 대평원의 역할은 곡물 재배에서
목축으로 바뀌고 있었다지루한 고속도로에서 벗어나려고
시골길(248)을 탔더니 인적은 고사하고 마주 오는 차량조차 보기 어려웠다.


넓은 벌판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건초 더미를 길동무 삼아야 했다.
 차선을 막으면서 지나가는 목초 관리 차량을 보고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이태백의 '별유천지 비인간' 되뇌며 시간을 잊은 채 그냥 달렸다.


 멀리 푸른 풀밭 위에 노란 색종이를 뿌려 놓은 듯한 풍광이  나타났다
  "유채 밭인가?" 생각했지만, 한여름에 유채 꽃이 같지는 않았다.
점점 다가가니 정체가 드러났다. 엄청난 해바라기 밭이었다.


미국을 여행하면서 가끔 해바라기 밭을  적이 있지만,
 같은 규모는 처음이었다알고 보니 미국산 해바라기의
80% 이상이 다코타주에서 생산되고 있었다.   


 끝없는 해바리기 밭을 바라보면서 소피아 로렌이 열연한 영화 '해바라기'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의 촬영지 우크라이나는 미국보다 해바라기 생산량이 10배나
많다니 우크라이나의 광활한 흑토지대에 펼쳐진 해바라기 밭은 얼마나 대단할까?


 해맑은 아기가 방긋 웃는  같은 모습의 해바라기를 가까이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여정에 지친 심신이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다.
잔뜩 찌푸린 하늘도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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