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첫손님 Dover, NH
신혼인 집주인의 정감과 텃밭 식자재로 지은 아침에 빠지다
여행을 하다 보면 고급 호텔이나 모텔보다 정감 있는 민박이 더 기억에 남는다. 지난 여름 미국 뉴잉글랜드(북서부) 지역을 여행하면서 이틀 간 머물렀던 뉴햄프셔 도버(Dover, New Hamphsire)의 민박 집이 그런 경우다.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 예약했는데 신혼부부인 크리스(Chris)와 샐리(Sally)가 처음 시작한 민박과 인연이 됐다.
크리스와 샐리는 19세기에 지어진 콜로니얼식 가옥을 매입해 1층에는 신혼 살림을 차리고 2층은 민박용으로 단장을 했는데 우리 가족이 첫 손님이었다. 백년이 훨씬 넘은 목조집이라 삐걱거리고 방음과 방온이 허술했지만 안동이나 전주의 전통 가옥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닥이 카페트가 아니고 나무라 시골 대청마루 같았다.
깔끔하게 단장된 2개의 방과 개조된 화장실에 널찍한 거실까지 갖추고 있어서 우리 부부와 성인인 아들과 딸이 함께 묵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잠자리가 까다로운 딸이 가장 안쪽의 큰 방을 사용했고 아들은 한쪽 편에 침대가 갖추어져 있는 거실을, 그리고 우리 부부는 작은 방을 사용했다. 옛날 미국의 대가족이 살던 집이라 작은 방도 책상과 서랍장이 멀찍이 있을 정도로 넓었다.
화장실이 하나 뿐이라 다소 불편했지만 수질이 온천 물 같아 피부가 좋아지는 기분이었다. 와이파이, 태블릿 PC, TV 등 필수 통신 및 가전제품이 갖추어져 있고 인근 편의시설 연락처, 관광 안내서 등도 구비되어 있어 도심에서 좀 벗어난 곳이지만 불편함이 없었다.
이 민박집의 매력은 시설보다는 집주인의 정감 넘치는 서비스였다. 인근 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크리스는 대만과 일본에서 몇년간 영어 강사로 활동해서 그런지 우리와 정서가 비슷했다. 집안에서 신발을 신지 않고 다니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넓은 텃밭에서 풀어놓고 키우는 닭이 낳은 신선한 달걀과 채소 등의 식자재로 만들어주는 아침을 먹다 보면 시골 외갓집 생각을 하게 된다. 토스트, 스크램블 에그, 베이컨 등으로 이루어진 간단한 식단이었지만 '텃밭에서 식단으로(From Farm To Table)'의 신선함과 웰빙의 호사를 맛볼 수 있었다.
샐리는 유아교육에 종사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의 아이를 돌보면서 주변에서 재배된 과일, 우유 등 식사재를 수시로 구해 식단을 짠다. 우리 가족이 관광을 갔다가 돌아오자 거실 탁자 위 접시에 갓 따온 사과가 예쁜 메모와 함께 있었다. 입과 마음이 모두 즐거웠다.
크리스와 샐리의 따뜻한 마음과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참 좋았다. 크리스와 샐리는 부업으로 하는 민박이지만 여행객을 즐겁고 편안하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구상을 하고 있었다. 보스톤에서 북서쪽으로 1시간, 그리고 포츠머스에서 30분 거리에 있어 교통이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이틀 숙식비가 140달러 수준이었으니 가성비는 최고였다.
지난 겨울 매릴랜드주 애나폴리스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시골의 단독주택을 에어비앤비를 통해 이틀 간 빌린 비용은 400달러였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정감 있는 젊은 미국인의 생활과 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다음 여름 메인주로 여행하면서 크리스와 샐리의 민박에 들러 훈훈한 인정과 웰빙 아침을 다시 맛볼까 한다.
인구 3만 명의 Dover시는 영국인들이 400년 전 정착한 군사 요충지로 조선과 면방 산업이 발달됐던 미국에서 7번째로 오래된 도시다. 첨단산업과 유통업이 활기를 띠면서 미국에서 젊은이가 살기 좋은 100대 도시에 선정되기도 했다. 교육, 교통, 공원, 근린시설 등 인프라가 우수하면서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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