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홍크 가을 나들이 Mohongk, NY
망중한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리조트
뉴욕시에서 87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1시간여 가면 모홍크 국립공원이 나온다.
세계적 명소인 나이아가라폭포가 주립공원인데 모홍크가 국립공원인 것은 격에 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긴했지만 산과 호수와 고풍스런 리조트가 그림 같이 어울리는 곳이다.
알고보니 1869년부터 스마일리 형제가 짓기 시작한 건물이 역사적 가치가
있어서 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돼 국립공원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관광만 하려면 입장료를 내고 등산로를 통해 산정호수로 갈 수 있지만 식사나 숙박을
예약한 손님은 입구에서 확인을 받은 후 아름다운 산길을 차로 10분 남짓 올라가면
리조트에 도착하게 된다. 산길을 운전하다 사슴이 뛰어나와 깜짝 놀라기도 했다.
10년 전 쯤 2차례 와 봤는데도 주차장에서 올려다 본 리조트의 모습은 새롭게 느껴졌다.
계절이 달라서 그런가? 예보된대로 비바람이 수월찮게 불어 신경에 거슬렸다.
일기예보를 보고 예약 날짜를 하루 늦추려했지만 풀부킹이라 강행군을 해야 했다.
뉴욕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이 리조트의 가장 싼 방 값이 600달러를 넘어 정도로 비싸
누가 이용할까 싶었지만 객실이 300개가 넘는데도 성수기에는 예약이 어려울 정도다.
미국의 부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골프코스, 낚시와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호수와 모래밭, 산악 자전거와 등산을
할 수 있는 멋진 하이킹 코스는 물론 승마와 스키 등 웬만한 레포츠는 다 할 수 있게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며칠 휴가를 보내기에 딱 좋은 공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콜로니얼 양식의 주택에서 백미라 할 수 있는 테라스가
이 리조트의 매력 포인트이다. 산, 호수, 정원 등의 전경을 취향에 따라 볼 수 있도록
곳곳에 마련된 테라스는 일상을 모두 내려 놓고 쉬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키곤 한다.
띄엄띄엄 놓여 있는 낡은 목재 흔들 의자를 보노라면 집 앞 테라스에
편안히 앉아 오수를 즐기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습이 연상될 수밖에 없다.
그 흉내를 내면서 잠시나마 느긋하게 앉아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모홍크 호수는 주위에 산재한 큰 호수에 비하면 연못 수준에 불과하다고
해도 될 만큼 그리 규모가 크지 않지만, 촬영장 세트 같은 선착장과 덩그러니
떠있는 보트는 저 먼바다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호수와 건물 주변에는 사진 찍기에 좋고 추억 거리가 될만한 아기자기한 설치물들이
방문객의 관심을 끈다. 연인용 의자, 풍류를 느낄 수 있는 정자, 정감있는 기념품 가게
등은 바쁜 생활에서 벗어나 망중한을 누릴 수 있는 소품이다.
호수 산책 길을 따라 가면 호수와 고풍스런 건물이 어울리는 풍광을
여러 각도에서 찬찬히 즐길 수 있고 절벽 위의 단풍을 바라보면서
한가로이 걷노라면 쌓여있던 모든 잡념이 사라진다.
또 다른 산길을 따라 20분 남짓 올라가면 등대 모양의 전망대에서 탁 트인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장엄한 샤왕건크 산맥(Shawangunk Mountains)의 붉은 색조에 온 몸이 물드는 듯한 느낌은 그랜드 캐년를 처음 봤을 때 그 기분 같았다.
스포츠 애호가들에게 샤왕건크 산지는 산악 스포츠의 명소다. 매년 이 지역에서 열리는 50마일 산악 마라톤과 산악 바이크 경기대회는 한계 상황에 도전하는 스포츠인들에게는 순례 코스나 다름없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리조트와 광활한 광야의 풍광이 더욱 거세진 비바람과 조화를 이루면서 거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불어넣어 주는 듯했다.
함께 간 이들이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다시 방문하겠다고 하니 악천후에 강행한 하루 일정이 헛되지 않았다. 모홍크는 사계절 중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만 눈 내린 겨울이 더 좋다는 이들도 있다. 고적한 겨울 모홍크를 찾아볼 수 있는 기회도 있으리라.
그런데 블로그를 보시고 뉴욕의 곳곳을 잘 아시는 분께서 모홍크 호수를 능가하는 아름다운 곳이 바로 인근에 있으니 가보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미네와스카 주립공원(Minnewaska State Park)이다. 가까운 장래에 꼭 방문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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