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륙 횡단 종단 (7) 티톤, 글레이셔 국립공원


▢ 티톤 국립공원(Grand Teton National Park)

  결국 숙소를 잡지 못했다. 최고의 성수기에 예약도 없이 옐로우스톤에서 방을 잡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번개는 치고 비가 쏟아지니 위치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핸드폰도 없었던 시절, 대륙 횡단 종단을 하면서 일정에 맞춰 숙소를 잡기는 어려웠다. 산장 몇 군데를 들렀지만 캠프파이어와 공연을 즐기는 투숙객들만 눈에 들어왔다. 물론 'No Vacancy' 표시만 확인해야 했다.

  칠흙 같이 어두운 산길을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밤하늘을 두 쪽으로 완전히 가르는 엄청난 번개를 그 때 처음 봤다. 그런데도 너무 졸려 길 옆에 차를 세우고 잠이 들었다. 하지만 무서워서 잠을 잘 수 없었던 집사람 때문에 보다 안전한 곳을 물색해야 했다. 얼마나 갔을까? 불 빛이 보였다. 그랜드티톤국립공원 중간쯤 위치한 주차장이었다. 그기서 노숙을 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났다. 물안개가 핀 잔잔한 잭슨호(Jackson Lake)와 만년설이 쌓인 모란산(Mt Moran)과 웨스트호른(West Horn), 그리고 한 쌍의 갯비오리와 하얀 요트들이 빚어낸 한 폭의 풍경화는 최고의 걸작이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티톤을 들렀고 아름다운 잭슨호수 길을 밤새 달렸기 때문에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던 것이 못 내 아쉬웠지만 이 장면 하나로 충분히 보상을 받았다.


▢ 플랫헤드호수(flathead Lake)

  아이다호주를 지나 로키산맥 동쪽의 몬타나주에 들어섰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촬영지이기도 한 이 곳은 맑은 물과 쭉쭉 뻗은 삼나무, 그리고 메마른 산이 특징이다. 거친 물살 덕분에 래프팅의 명소이며, 1800년대 초에 미국을 탐험한 루이스와 클라크의 발자취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93번 도로로 외진 길을 한참 달리니 플랫헤드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이 지역에 살았던 인디언 부족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글레이셔국립공원과 인근 국유림 등으로 둘러싸인 길이 50km, 폭 25km의 이 호수는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물 덕분에 하계 휴양지로 유명했다. 





▢ 글레이셔국립공원(Gracier National Park)

  캐나다 국경지역에 위치한 글레이셔국립공원은 엄청난 빙하가 땅을 깎고 내려가면서 가파란 산과 골짜기를 만든 지형이다. 덕분에 험난한 로키산맥을 넘어갈 수 있는 로간패스(Logan pass)도 생겼다. 우리로 치면 대관령인 셈이다. 물론 6월부터 10월까지만 통과할 수 있다. 항상 만년설이 쌓여있고 초여름과 초가을에도 눈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정상에 위치한 로간패스 안내센터에서 히든호수(Hidden  Lake)로 이어지는 하이킹 코스가 백미인데 시간이 늦어 가볼 수 없었다. 안내센터 뒤에 삼각형으로 우뚝 솟은 바위산인 레이놀즈(Reynolds)산이 참 인상적이었다. 해발 2781m로 백두산 최고봉보다도 조금 더 높았다. 인근의 또 다른 아름다운 바위산인 헤비러너(Heavy Runner)산은 영국군에 의해 살해된 평화주의자였던 인디언 추장의 이름에서 명칭을 땄다는 슬픈 이야기도 전해졌다. 해발 2400m 이상의 150개 봉우리와 3000m 이상의 6개 봉으로 둘러싸인 글레이셔국립공원은 대륙의 왕관(Crown of Continent)이라고도 불렸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클리브랜드산(Mount Cleveland)은 3194m에 달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산을 넘어가는 길의 이름은 'Going-to-the-Sun Road'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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