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륙 횡단 종단 (8) 캐나다 서부 횡단, 밴프
▢ 캐나다 국경
해거름에 글레이셔국립공원에서 하산을 했다. 미국과 캐나다 국경을 넘어야 하니 마음이 바빴다. 황량한 국경지대를 달릴 때는 으스스했다. 북한군이 버티고 있는 휴전선을 향하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육로로 국경을 넘을 수 없는 분단된 나라에서 온 사람이니 어쩔 수 없었다.
미국 출국과 캐나다 입국 신고를 마치고 어두워진 알버타(Alberta)주의 황야를 달려 도착한 곳이 국경 마을 카드스톤(Cardston). 허기를 면하기 위해 패스트푸드점 앞에 차를 세웠더니 동네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펜실베니아(keystone State) 번호판를 단 낯선 소형차가 신기했던 것이다. 자신들도 긴 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난리들이었다.
다음 날 캐나다 초기 요새 마을인 포트 맥리오드(Fort MacLeod)를 잠깐 들러 옛 목책 요새를 둘러보고 끝없이 펼쳐진 유채 밭과 들판을 달렸다.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카나나스키스(Kanaskis)카운티의 캔모어(Canmore)로 곧장 내달렸다. 캘거리(Calgary)시를 거치면 시간을 많이 지체될 듯했기 때문이다.
▢ 캐나다 서부 횡단
밴프(Banff), 쿠트네이(Kootenay), 요호(Yoho) 등 국립공원과 피터 로히드(Peter lougheed) 등 여러 주립공원의 배후도시인 캔모어시는 아름답고 조용하고 깨끗한 도시였다. 곳곳에서 동계올림픽 관련 건축물이 눈에 띄였다. 서둘러 캐나다 서부 횡단을 위해 1번 도로를 타고 로키산맥 준령을 달렸다.
▢ 밴프 국립공원(Banff National Park)
북미 최고의 공원으로 손꼽히는 밴프는 옐로우스톤보다 좀 늦은 188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아름다운 사람은 어두운 곳에서도 빛이 나듯 밴프는 1번 도로를 타고 지나면서 봐도 비범한 기운이 돌았다. 트레일 코스만 1600km가 넘는다니 스쳐 지나듯 볼 수밖에 없었다.
<루이스호(Lake Louise)>
루이스호가 밴프의 대표적인 풍광이었다. 청록빛 호수와 빙하가 만든 웅장하고 아름다운 산, 그리고 호텔과 인공 시설물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볐다. 특히 여름에도 쌓여 있는 눈에 호기심이 많은 동남아 지역 사람들이 많았다.
<루이스호(Lake Louise)>
스키 계절은 아니지만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내려다 보는 조망은 더 좋았다. 밴프도 앞서 둘러본 티톤과 글레이셔 국립공원처럼 빙하로 인해 생긴 뾰족한 산봉우리, 맑은 호수, 그리고 야생화와 야생 동물들이 조화를 이룬 곳이지만 군계일학이라고 할 만 했다.
이어지는 웅장하고 오묘한 봉우리와 호수의 군상은 규모와 조화로움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기에 한여름에도 즐길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만년설과 그 위를 달리는 설상열차는 흥미를 배가 시키기에 충분했다.
지구 온난화로 해마다 만년설이 줄어들어 우리의 후세들이 이런 자연미와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밴프에 이어 글라치어(Glacier, 캐나다 글레이셔) 및 마운트 레블스토크(Mt Revelstoke) 국립공원과 앨버트봉(Albert Peak)을 스쳐 지나면서 캐나다를 동서로 잇는 1번 도로는 한계령이나 대관령을 넘어가는 고속도로 못지 않게 아름다운 드라이버 길이었다.
1994년 개봉된 리처드 기어와 샤론 스톤이 주연한 'Intersection (마지막 연인)'이란 영화를 봤을 때 이 도로를 달렸던 추억이 생생히 떠올랐다. 리처드 기어는 그 영화에서 이 도로를 달리다 교통사고가 발생해 사랑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죽는 비극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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