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륙 횡단 종단 (9) 벤쿠버에서 태평양을 만나다


▢ 밴쿠버 도착

  대서양의 도시 필라델피아를 출발해 11박12일 만에 태평양의 도시, 밴쿠버에 도착했다. 홍콩의 중국 반환이 6년 남았던 시점이라 홍콩인의 밴쿠버 이민이 급증해서 그런지 길거리에 동양인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1980년엔 40만이었던 밴쿠버시 인구가 93년에 50만 명을 넘었고, 광역시로는 110만에서 160만으로 10년 사이 50%나 늘었으니 도시가 좀 어수선해 보였다. 지금은 240만 명으로 늘어나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외국인에게는 부동산 매입세를 중과하는 제도까지 도입했을 정도다. 중국인이 주택을 구입하면 영주권을 주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대비가 된다. 밴쿠버가 그만큼 살기가 좋기 때문이리라.


▢ 스탠리공원(Stanley Park)

  태평양을 볼 수 있는 스탠리공원(Stanley Park)으로 곧장 내달렸다. 밴쿠버에서 스탠리공원의 위상은 맨해튼의 센트럴파크 못지 않겠다는 생각들었다. 스탠리파크 순환도로는 울창하게 쭉쭉 뻗은 원시림과 바다가 어울리면서 산책과 드라이버에 최상이었다. 밴쿠버항에 즐비한 요트와 아름다운 건물들이 한 장의 그림엽서와 같은 풍경을 연출했다.





  태평양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은 스탠리공원의 정점인 프로스펙트 포인트(Prospect Point)다. 태평양과 잉글리시만(English Bay), 그리고 인디언강(Indian River)과 그 강을 건너 벤쿠버의 남과 북을 연결하는 라이온스 게이트 현수교(Lion's Gate Bridge)가 한 눈에 들어왔다. 대서양에서 출발해 대륙을 횡단하고 태평양을 처음 내려다보니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때 마침 붉은 해가 태평양으로 떨어지고 있었으니 감동은 더욱 컸다. 물론 거대한 밴쿠버섬이 태평양을 가로 막고 있으니 망망대해를 볼 수는 없었다.


▢ 빅토리아(Victoria in Vancouver island)

  이 지역에서 방문객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곳은 밴쿠버섬의 빅토리아였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BC, British Columbia)의 의회가 이 곳에 있다. 캐나다의 최남단 차왓쎈(Tsawwassen)에서 BC페리를 타고 1시간 반을 가면 스왈츠(Swartz Bay)항에 닿는다.




  주 의사당과 함께 고풍스러움을 자랑하는 엠프레스호텔은 빅토리아의 랜드마크. 건축가 프란시스 래튼버리가 1898년 25세 때 설계 공모에 당선돼 주 의사당을 지은 데 이어 20년 후인 1908년 이 호텔을 완성함에 따라 두 건물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었다. '빅토리아의 심장이자 영혼'이라 할 정도로 그 위상이 높았다.


  밴쿠버섬에서 최초로 문을 연 이 호텔은 엘리자베스 여왕을 비롯한 수많은 명사들이 머물렀고 이제는 호텔 체인의 이름을 앞에 붙여 '페어몬트 엠프레스 호텔(The Fairmont Empress Hotel)' 로 불린다. 연간 7만5천 명이 즐긴다는 이 호텔의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는 차와 베리, 스콘, 핫케익 및 샌드위치가 함께 제공되는 명물이다.




  부침을 거듭한 빅토리아의 관광업계는 관광객들이 배를 이용해야 방문할 수 있는 번거러움과 적지 않은 경비에도 빅토리아를 찾을 수 있도록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왕립런던밀납인형박물관(Royal London Wax Museum)이 대표적인 예다. 정치인, 연예인, 종교인 등 세계 유명 인사를 망라한 이 곳은 관광객의 흥미를 유발시키고는 있었지만 이 섬의 분위기와는 격이 맞지 않았다.


  이에 비해 부챠드가든(The Butchard Gardens)은 총면적이 53ha로 펜실베이나주의 롱우드가든(Longwood Garden)의 1/8, 브롱스에 있는 뉴욕식물원(New York Botanical Garden)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지만 식물의 다양성과 짜임새에서 관심을 끌만 했다. 채굴업자인 로버트 부챠드(Robert Pim Butchard)의 재력과 그의 아내인 제니(Jenni)의 정성으로 1904년에 탄생한 이 정원은 세계 굴지의 화학 재벌인 듀폰 가문이 지원하는 롱우드가든과 유사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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