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후딱 한바퀴 (2) 뉴욕~피츠버그

이른 아침 저지시티(Jersey City)의 리버티 파크(Liberty Park)에 도착하니 허드슨강 건너
로어 맨해튼의 프리덤타워(Freedom Tower)는 햇살을 등지고 뿌연 모습을 드러냈다.
맨해튼 배터리파크(Battery Park)를 출발점으로 잡았던 당초 계획을 현지 교통사정을
감안해 저지시티(Jersey City)의 리버티파크(Liberty Park)로 바꾸었다. 잘 한 결정이었다.
미국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리버티파크의 911추모 조형물 앞에서 미국 일주의 성공을
다짐하면서 첫발을 내딛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었다. 
저지시티을 벗어나 78번 고속도로를 타고 뉴왁공항을 지나 서쪽으로 서쪽으로 내달렸다.
2시간 쯤 달리다 공사로 인한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35번 출구에서 빠져나와
일단 주유를 했다. 
광활한 옥수수 밭이 펼쳐진 주유소에서 직접 주유를 하면서 색다른 기분를 느꼈다.
펜실베니아의 전형적인 농촌 풍경도 즐길 수 있었다. 애팔래치아산맥이 저 멀리
병풍처럼 서있었다. 
첫 기착지인 해리스버그(Harrisburg)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표시다. 해리스버그는
펜실베니아주의 수도(Capital)이다. 한강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폭이 넓은
서스퀘하나(Susquehanna)강과 아담하지만 위풍이 있는 도시의 풍광이 잘 어울렸다. 
3번째 이 도시를 방문하면서 가장 피부에 와 닿은 것은 각박해졌다는 느낌이었다.
주 청사 주변에는 제법 넓은 주차 공간이 있었지만 대부분 주 공무원들 차지였고,
그나마 남은 자리는 모두 유료 주차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시간 당 3달러이니 소도시 주차료 치고는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10년 전에는 무료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식당부터 찾았다. 
엘프(Yelp)앱을 이용해서 지중해식 식당을 찾았지만,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시점이라
영업을 하지 않았다. 꿩 대신이 닭이라 했던가? 옆에 있는 다른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양고기와 소고기를 넣은 랩이 먹을 만했다.
애팔라치아 산맥을 넘어 피츠버그(Pittsburgh)로 향했다. 블루마운틴(Blue Mountain)과
키타티니(Kittatinny)산 등 몇몇 산을 터널로 지났다. 해발 800m 쯤 되는 고지대가 나타나고
소백산 능선 길에서 본 듯한 야생화와 줄기가 구불구불한 나무의 숲이 나타났다. 


블루리지마운틴(Blue Ridge Mountain)으로 연결되는 능선이 끝간데 없이 이어졌다.

조지아주까지 이어지는 블루리지 스카이웨이는 1000km가 넘는 멋진 드라이브 길이다.

지난 7월 다녀온 셰넌도어(Shenandoah) 국립공원도 바로 저 너머다. 
그러니 존 덴버의 노래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all most Heaven~~, West virginia, Blue Ridge mountain, Shenandoah River~~~" 
잠시 흥겨움에 젖은 사이 차는 사이델링 힐(Sideling Hill)휴게소에 도착했다. 
휴게소에서는 아미쉬(Amish)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멀지 않은 곳에 전기도 사용하지 않고 마차를 타면서 살아가는 아미쉬 마을이 있었다. 
해리스버그에서 3시간여를 달려 피츠버그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피츠버그 시가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Grand View Overlook)였다. 머낭거힐러
(Monongahela)강 건너편으로 내려다 보이는 도심은 맨해튼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무심한 빌딩에서도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도시의 대명사인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가 설립한 US스틸 타워가 병원재단인 UPMC로 바뀌어 있었다. 왕관을 쓴듯한 유리
건물이 도심의 아름다움을 더했다. 세계 최대 유리강판기업인 PPG사의 본사 건물이었다
상류에서 폭우가 쏟아진 듯 황토빛 강물이 거세게 흘러내렸다. 머낭거힐러강은
PNC야구장과 스틸러스 미식축구장 앞으로 흐르는 앨러게이니(Allegheny)강과
합쳐지면서 미시시피강의 가장 큰 지류인 오하이오강이 되었다. 
호텔 체크인부터 하기로 했다. 프라이스라인(Priceline)에서 대폭 할인을 받은 덕분에
3.5성급 호텔인 윈담그랜드호텔을 85달러에 예약할 수 있었다. 싼 것이 비지떡이라고
변기에 물이 넘쳐 방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내부 시설은 만족스러웠다. 
호텔에서 내려다보는 석양의 포인트(Point)주립공원은 아름다웠다. 하얗게
부서지는 분수, 별 모양의 뒤켄 요새(Fort Duquesne)터와 놀이기구,
그리고 스틸러스구장과 붉은 빛의 오하이오 강물이 멋지게 어울렸다. 
한 때 박찬호 선수가 뛰었고 지금은 강정호 선수가 소속된 파이어리츠(Pirates)팀의 PNC
구장을 서둘러 찾았다. 호텔서 걸어서 10여분. 앨러게이니강 건너 조명을 밝힌 야구장은
보석처럼 빛났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멀리까지 들렸다. 
야구장으로 가는 다리에서 머리를 빡빡 깎은 덩치 큰 40대 중반 쯤 보이는
백인남자를 만났다. 우리를 한국에서 온 기자단으로 여긴 듯했다.
강정호 선수에 대해 먼저 말을 꺼냈다. "이제 강정호 선수는 피츠버그로
돌아올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팀 성적을 생각하면 그가 필요하지만 부적절한 행동 때문에 팬과 구단이 등을
돌렸다"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자신의 여동생과도 스캔들이 있었다고 말을
꺼내다가 돈을 줘야 상세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면서 본색을 드러냈다.
씁쓸히 웃으면서 등을 돌렸으나 강정호 선수의 상황을 생각하면 안타까웠다. 
PNC구장을 둘러보고 지방 특산의 IC생맥주와 버팔로 치킨 타코로 저녁을 대신했다.
나이아가라 폭포에 갔다가 버팔로의 원조 집에서 먹은 것과는 맛이 많이 차이 났다. 
다시 강을 건너 피츠버그의 랜드마크인 US스틸 타워로 갔다. 병원재단인 UPMC빌딩으로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주인이 바뀌었지만 US스틸은 여전히 이 건물에 본부를
두고 있었다. 64개 층 가운데 몇 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건물의 대부분은 UPMC와 PNC사가 있다"고 그 건물에 근무하는 직원이 친절히
알려줬다. 세계 제일의 US스틸이 이 정도로 무너지다니. 포스코는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얼른 들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대형 빌딩은 철강 노조 건물이었다.
회사는 망해 건물마저 넘어갔는데 노조 건물은 훤히 불을 밝히고 있으니
좀 혼란스러웠다. 피츠버그의 산업 구조가 변한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철강산업이 쇠퇴하고 그 자리에 유리강판산업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PPG사가 건설한 PPG 플레이스는 늦은 밤까지 각양각색의 조명으로
피츠버그 다운타운을 밝혔다. 맨해튼의 록펠러센터처럼 시민과 관광객들이
문화와 낭만을 찾아 이 곳으로 모여들었다. 
식품회사 하인즈(Heinz)도 피츠버그를 지탱하고 있는 주요 기업이었다.
카네기의 도시에서 카네기홀이 아니라 하인즈홀을 봤을 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인근의 고색창연하지만 위용이 있는 석조 건물은 석유회사인
걸프(Gulf)의 본부로 산업도시 피츠버그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8월 1일 미국 일주 첫날 펜실페니아를 여행하면서 재미있는 것을 하나 발견했다.
펜실베니아의 수도 해리스버그와 링컨의 도시, 게티스버그는 스펠링이 'Burg'로
끝나는데 비해 피츠버그는 'burgh'로 'h'가 추가로 붙어있었다. 
그 차이점을 검색하다 보니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Edinburgh)는 'h'가 있어 피츠버그와
유사했다. 이에 비해 함부르크(Hamburg)를 비롯한 다른 유럽 도시들은 'h'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피츠버그는 카네기의 출신지인 스코틀랜드의 영향을 받아 'h'를 붙였을
것이라고 유추 해석을 하게 됐다. 유럽의 옛 도시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burgh가
burg보다 규모가 큰 성이라는 해설도 있었다.  <금일의 주행거리> 74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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