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후딱 한바퀴 (3) 중부시간대로

시간에 쫓기지 않는 여행을 하겠다는 다짐은 처음부터 무너졌다.
2(둘쨋날) 시카고에서 저녁 약속이 잡히면서 아침부터 서둘러야 했다
피츠버그에서 시카고까지는 구글맵의 최단거리로 750km. 
고속도로(Interstate Highway) 쉬지 않고 달려도 7시간은 족히 걸린다  
 베이글과 커피로 아침 식사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치즈와 크림이 잔뜩 발린
베이글은 근사한 아침 메뉴였다. 미국 사람들이 베이글 맛에 빠진 이유를 알듯 했다.
입가와 끝에 크림을 묻힌 피츠버그대학(University of Pittsburgh)으로 들어섰다.
미국 독립 직후인 1787년에 세워진 유서 깊은 대학이었다. 카네기의 지원에 힘입어
명문으로 부상했던 대학은 카네기재단의 재정이 약화되면서 주립대학으로 바뀌었다.
대학교의 의과대학은 황우석 박사 사건으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졌고
 핵물리학자인 이휘소 박사도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는 한국과 나름 인연이 있었다
높이가 163m 되는 배움의 전당 건물(Cathedral of Learning) 카네기 자연사 박물관,
미술관 등이 나무와 어우러져 공원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세계 굴지의 식물원과
여기저기 있는 동상은 피츠버그대학의 역사와 위상을 말해주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바로 이웃하고 있는 카네기멜론(Carnegie Mellon)대학이 명문으로 부상하면서
피츠버그대학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느낌은 지울 없었다. 산업과
기업의 부침이 상아탑에도 바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카네기멜론대학 입구에 들어서니 하늘을 향해 걸어가는
형상의 조형물이 우리를 반겼다. 지난 2006 설치된
'Walking to the Sky'라는  작품과 넓은 잔디밭 끝에 자리 잡은
 현대식 헌트도서관(Hunt Library)은  대학의 상징처럼 보였다
1900년에 공대로 출범한 대학은 2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위상이
크게 높아졌고 MIT, 스탠퍼드, 버클리 등과 함께 컴퓨터, 경영학, 건축학, 디자인,
예술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대학에서 출범한 많은 스타트업들은 미국과 세계 곳곳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대학을 찬찬히 둘러보지도 못한 클리블랜드로 향했다.
오하이오주의 유일한 국립공원인 쿠야호가(Cuyahoga)공원이 클리블랜드로 가는 길목에
있어 잠시 나마 들러보기로 했다. 하지만 구글맵에 지명을 잘못 입력해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허비해 일정이 더욱 빡빡해졌다어렵사리 찾은 쿠야호가공원은 국립공원
간판만 덩그렇게 있을 이렇다 볼거리가 없었다
웹사이트에는 아름다운 폭포가 있는 것으로 소개되어 있었으나 폭포는커녕 안내센터도
찾을 수가 없었다공원 안을 한참을 달리다 잔디를 깎고 있는 현지 주민에게 물었더니
"어릴 때부터 곳에서 살았지만 폭포는 알지 못한다"면서 "개울과 숲과 오래된
운하를 둘러보는 트레킹을 하라" 권유했다. "폭포를 발견하면 알려 달라"
말을 뒤로 채 발길을 돌렸다.
시간만 낭비한 기분이었다. 추신수가 활약했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즈팀의
프로그레시브구장으로 내달렸다아름다운 다리와 넓은 시내 도로가 교차하는 요지에
자리한 구장은 고속도로 상에서 보였다. 경기가 없는 날이라 주위는 한산했다
혹시 하고 기대했지만 추신수 선수의 자취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클리브랜드 시내는 스쳐지나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프로그레시브 구장에서 바로 보이는 옛스러운 터미널타워를 지나니 군인과 항해인
(Soldiers' and Sailors' Monument) 도시의 주인인 이방인을 맞이했다.
탑은 세워진 공공광장(Public Square)  도시의 중심부에서 위치해 로터리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바로 분수광장에서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시민들은 따가운
햇살을 개의치 않고 점심을 즐기고 있었다.
오대호 가운데 하나인 이리(Irie)호를 보고 싶어 부두로 향했으나 우리가 찾은
멀윈즈부두(Merwin's Wharf) 아주 멋진 식당으로 변신해 쿠야호가강에
자리잡고 있었다. 나가면 이리호를 있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거창한 철골구조 다리를 건너 시카고로 내달렸다. 약속 장소까지는 550km 쉬지 않고
달려도 제시간에 도착하기가 쉽지 않았다. 90 고속도로를 타고 오하이오주를 벗어나
인디애나주로 들어서니 넓디 넓은 옥수수와 밭이 이어졌다.
세계적인 곡창지대인 프레리(Prairie) 대초원이 펼쳐졌다.
대초원처럼 마음을 느긋하게 먹자고 생각했지만 약속시간에 쫓겨 스마트폰으로 자주
눈이 갔다. "4시가 넘었겠구나" 하고 스마트폰을 봤는데 오히려 시간이 뒤로  있었다.
"스마트폰이 잘못됐나?"했는데, 인디애나주에 들어서면서 시간대가 바뀐 것이었다.
동부 시간대(Eastern Time Zone)에서 중부 시간대(Central Time Zone) 들어서면
시간이 늦추어지니 시간을 것이나 다름없었다.
천만다행이었다. 약속 장소인 'The Signature at the 95th' 식당은 시카고에서
윌리스(Willis)타워(시어스빌딩의 이름) 트럼프호텔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존핸콕(John Hancock)타워의 95층에 위치한 전망이 좋은 레스토랑이었다.

   94층에 유료 전망대가 있는 100 높이의 빌딩은 주차빌딩이
따로 있었다꼬불꼬불 올라가 9층에 차를 내려와 다시
고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식당에 도착하니 20분은 걸린 듯했다.
이벤트 손님이나 관광객이 많은 레스토랑이었지만 음식 맛은 괜찮았고 서비스도 좋았다.
구름이 끼고 비가 내려 시카고의 야경을 제대로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미시간호 쪽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시내 야경을 있어서 다행이었다.
무엇보다 시카고 투자금융계에서 옵션트레이더로 10년째 활약을 하고 있는 한국계
전문가와 함께 것은 뜻이 깊었다그는 미국의 헷지펀드들은 한국보다 훨씬 많은
거래소로부터 실시간 정보를 받으면서 엄청난 비용을 지급해야 하고 자체 IT투자
부담도 갈수록 커져 중소펀드들의 생존이 힘들다고 미국 상황을 알려줬다.
그의 깊이 있는 시장 분석을 듣고 나니 우리 중소펀드들의 미래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내려와 로비에서 마주친 원형 샹들리에 같은 설치 작품은 고요한 물에
비친 모습이 더욱 아름다웠다. 건물의 품위와 가치를 높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2시간 남짓 주차하고 주차료를 37달러를 내고 나니 빌딩의 이미지가 달라졌다.
존한콕 타워 광장은 맨해튼 록펠러센터 광장 같은 분위기였다.
록펠러센터 만큼 인파가 많지는 않았지만 도심의 낭만을 찾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카고의 밤을 즐기고 있었다시카고의 도심은 맨해튼보다
훨씬 깔끔하고 그리 복잡하지 않아 좋았다.
시카고를 보고 알기 위해 시카고에서 하루를 머물기로 했다.
여행 3일째는 장거리를 이동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해졌다.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하면 앞으로 47일을 제대로 버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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