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후딱 한바퀴 (4) 시카고의 두 얼굴


시카고는 전혀 다른  얼굴의 도시였다강력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탓인지 차를 몰고 돌아본 시카고는 우중충했다철거된 청계고가
보다 더 낡은 듯한 철제와 콘크리트로  고가도로가  도시를 휘감고 있었다.


2~3층으로  고가도로에서는 네비게이션이 수시로 끊겨   어두운 운전자는
도심에서 헤매기 일쑤였다일부 지역은 치안이 극도로 불안해 잘못 들어갔다가
대낮에도 강도를 당할  있다는 소문을 많이 들은 터라 마음은  불안했다.


미시간호와 시카고강의 영향으로 지반이 약한 때문인지 지하철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도시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도시를 동서로 잇는
지상의 철길과 전철역은 도시의 양편을 단절시키는 부작용을 야기시킬 수밖에 없었다.


 시카고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은 다음날 도시의 명소인
해군부두(Navy Pier)를 찾으면서 많이 바뀌었다.
해변과부두에서 바라본 시카고의 도심은 현대 건축물 전시장 같았다.


19세기 후반 대화재로 거의  도시가 폐허가  이후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초빙해 도시를 재건설한 경험과 저력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었다.


빌딩 하나하나에 기라성같은 건축가들의 창의성과 혼이 담겨져 있었다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했던 시카고의 빌딩들은 이제 세계 최고의 문화와
편의성을 갖춘 건축물로 진화하고 있었다.


시카고강을 크루즈하면서 바라본 시카고는 '21세기의 베네치아' 였다.
'현대판 센느강'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해군부두에서 출발하는 여러 크루즈
가운데 시카고강을 따라 둘러보는 건축물 투어가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크루즈선은 미시간호에 설치된 갑문을 통해 시카고강으로 진입할 있었다.
갑문을 통과하자 초현대식 빌딩들이 낡은 철제 교량 너머로 자태를 드러냈다.


푸른 시카고강과 각양각색의 빌딩들이 세련되게 조화를 이루면서 전날 보았던 도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있었다"어제 도시 맞나?"하고 반문할 정도였다.
맨해튼을 최고의 마천루 도심으로 여겼던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강변에는 자동차로 스쳐 지날 때는 보지 못했던 공원과 설치 작품과 카페
문화가 가득한 공간이 많이 눈에 띄었다트럼프호텔, 시어즈빌딩, 시 청사 나름의
역사와 기록을 지닌 명품 건물을 가이드가 소개할 때마다 여행객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시카고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순간이었다시카고강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역류하는 강이었다미시간호로 유입되는 생활하수를 막기 위해 강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꾼 결과였다만유인력의 원리마저 거슬리고 있는 강은퀴즈의 단골 메뉴였다.


 이때문에 미시간호에서 크루즈선을 타고 시카고강을 드나들 때는 파나마운하처럼
수문을 통과해야 했다. 항로를 밝혀주는 등대는 여느 바다나 호수에서도 있었지만
신호등으로 운항을 통제하는 것을  것은 시카고에서 처음이었다.


 깨끗하고 맑은 시카고강과 미시간호을 보면서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시카고 시민들의
강한 결의와 끈질긴 실천 노력을 실감할  있었다대도시의 강과 호수에 쓰레기가
버려지는 것을 어쩔 없는 현실로 여겼던 생각도 바뀌게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시어즈빌딩( 윌리스빌딩) 다른 건물에 가려
모습만 빼곡히 드러냈다. 유통업체인 시어즈 로벅의 흥망성쇠를 보는 듯했다.


시카고 시내를 돌아보면서 공원에 대한 고정관념도 많이 바뀌게 되었다.
공원하면 가꾼 수목, 분수, 벤치, 없는 사람 등등이 틀에 박힌
연상되었지만 시카고의 공원은 이런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어버렸다


다목적 야외공연장, 현대적인 설치 예술품, 첨단 화상의 분수 등을
둘러보면서 창의성이 번뜩이는 도심의 인프라가 도시의 격을 이렇게
높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없었다


거대한 우주선 같은 구조물이 보여 설치 예술품인가 하고 가까이 다가가니
육교와 산책로였다. 한번 감탄했다. 서울역 고가도를 산책로로 개조할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던 맨해튼의 하이라인보다도 독창성이 뛰어난 듯했다.


해군부두 폴크브로스공원에서 마주친 거대한 비누거품 발생기와
바로 분수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에게
돈으로 환산할 없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비누거품 놀이를 어린이는 분수를 이용해 샤워를 겸한 물놀이를 즐겼다.
시카고는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시민들을 행복하게 있는
다양한 기법을 선보이고 있었다


시카고미술관에서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고호의 자화상 눈에 익숙한 수많은 인상파 작품을 접할 수 있었던 것도
기쁨이었다시카고인들이 미술관을 자랑하는 이유를 알만 했다.


미국 현대미술 작품과 아시아 예술품도 새로 지어진 현대식 전시관에서
감상할 있었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미국현대미술관(MoMA)
장점을 두루 갖춘 것이 시카고미술관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카고미술관을 둘러보면서 가지 마음에 걸렸던 것은 아시아 전통예술품
특별 전시에서 우리 작품이 중국과 일본에 비해 너무나 빈약하고 초라했던 점이었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막상 현장을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


현대식으로 지어진 부속 미술관으로 들어갔다가 사자 석상이
있는 본관을 통해 밖으로 나오니 해는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함성 소리와 요란한 전자 악기 소리가 들렸다.


그날 따라 인근 공원에서 대규모 공연이 열리면서 엄청난 인파의 청춘들이
광란의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이른 시간부터 주변의 통행이 모두 차단돼
로즈가든과 버킹엄분수를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날 저녁 도심에서 야간 벗어난 지역에 위치한 한식당 토지
(Tozi Korean BBQ)에서 부대찌게를 먹으면서 시카고의 명소를
보지 못한 아쉬움과 해외 여행의 고달픔을 날려버렸다.


모처럼 먹는 한식이라 비싼 양식보다 훨씬 좋았다.
세련된 미국인들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고 인상 좋은
식당 주인과 종업원의 진정성 있는 서비스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 




뉴튼수도원(흥남 철수의 기적순례 및 뉴욕 야경 투어


뉴욕(미동부) 비즈니스 투어 맞춤 서비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미국 후딱 한바퀴 (6)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미국 후딱 한바퀴 (7) 워런 버핏의 고향, 오마하

미국 후딱 한바퀴 (8) 잊지못할 배드랜즈의 하늘